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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일상

[산문 써보기] 안경과 왼손 - 포기한 것과 얻은 것들

작년 말, 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재미있게 읽고, 내 산문을 써 보기로 했다. 

 

[안경과 왼손]은 책의 주제 중에서 어쩌면 가장 묵직한 메세지가 들어있는거 같다. 작가가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고 또 새로운 것을 얻으며 삶의 방향이 흘러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 주제를 가장 처음에 배치 했을까. 책의 구성이 재미있다. 

 

나에게도 포기해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다니던 학교를 포기하고 친구들을 떠나 가족들과 이민을 가야만했던 스물한살을 시작으로, 약대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20대 중반, 버티고 버틴 전공관련 직업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직장을 구했던 20대 후반,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혼자 일을 시작하기로 했던 내 30대 중반.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는 큰 포기의 시간들이 있었다. 

 

포기의 순간은 괴롭지만 그걸 받아들이고 새로운 길을 찾았을 때 분명 얻는 것이 있었다.

 

학교와 친구를 포기하고 미국에 왔기에, 나는 결국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영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영어를 한다니. 친구들과의 시간이 사라진 탓에 일찍부터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몰랐는데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운전도 그렇다. 한국에 있었다면 적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차를 샀겠지. 나는 운동신경이 없어서 애초에 운전에 대한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선 왠걸. 엘에이에 도착하자마자 두달만에 면허를 따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운전을 했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위한 운전이었다. 지금은 능숙한 17년차 드라이버가 되었다.  

 

전공관련 직업을 포기했지만, 현실적인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하며 안정적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또 집도 사고 남들보다 먼저 투자도 시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전공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전공을 취미로 가져갈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내 사업을 시작한 지금은 그 동안 몰랐던 새로운 나를 마주하며 신기해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물론 좌절할때도 있다. 이건 현재 진행형이다. 

 

이렇게 글로 써보니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역시 나는 글 쓰기가 좋다. 초등학교 때는 소설을 쓰기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왜 나는 글 쓰는걸 멈추었을까. 계속 썼다면 지금은 엄청 잘썼으려나. 지금은 한 문장 쓰는 것도 쉽지 않다.

 

비록 글 쓰기는 멈추었지만 30대 후반이 되어 많은 포기와 성장을 해온 내가 있다. 40대를 마주한 지금,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끄적여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