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보는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에 나온 저자를 보고 작가의 책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청울림 선생님도 이 책 리뷰를 하시는게 아닌가! 허접한 자기계발서일리 없겠구나 하며 신나게 읽기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누가봐도 최고의 학벌을 가진 저자 스스로가 대기업도 그만두며 남들이 보기엔 무모한 도전을 통해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아주 천천히 쟁취해 냈다는 사실이다.
내가 흥미롭게 본 몇몇 부분을 얘기해 보자면,
학교 선생과 학원 강사 중 누가 더 치열하게 공부할까 라는 대목이 있다. 저자는 확률적으로 학원 선생이라며 그들은 늘 평가 받기때문일거라고 말한다. 맞는거 같다. 그들은 학교 선생처럼 안정적인 직업이 아닐뿐더러, 대부분은 더 유명한 학원 강사가 되어 훨씬 많은 돈을 버는 목표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똑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었는데, 회사에서 나와 프리랜서를 시작할 때 주변의 스태프들과 벤더들의 친절함에 처음에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결국 그들 모두 월급쟁이가 아닌 프리랜서였기에 발생한 일들 이었고, 우리는 서로를 도와서 다 같이 잘 되어야 한다는 엄청난 동기를 갖고 있었다. 예전 회사에서 자기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하고, 늘 주변에 불평불만, 후배에겐 자기것을 안가르쳐주려 하는 답답한 사람들을 매일 봐야 했던 나에게 그건 적잖은 충격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때로는 프리랜서들도 자유로움 아래 상대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래도 난 아직도 이쪽 세상의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더 좋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 일에 밥그릇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실하다. "두 개의 화살을 갖지 마라. 두 번째 화살이 있으면 첫 번째 화살에 집중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술에 취하는 것과 현 상황에 안주하는 것이다." -교토상인들의 말
다작이 중요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다닐 때 내가 배운 것은, 절대 능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어렵기만 한 일들이 나중엔 훨씬 쉽게 진행 될 뿐만 아니라 그 일에 대해 한단계 더 깊이 생각하는 여유까지 생긴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학생시절 시험 공부를 많이 해서 문제가 술술 잘 풀릴때의 느낌과는 달랐다.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고 담담하게 산다는 저자의 말에 묘한 공감이 생기기도 했다. 지독한 집순이인 나는 가끔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세일즈가 직업인 내가 이렇게 사람을 안 만나도 괜찮은 걸까. 하지만 저자의 단순하게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말에 안심을 해본다. 그래, 난 나의 고객을 만족시키는게 우선이지 사람을 많이 만나는건 다른 문제야. 또한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고수들의 삶을 보아도 이 사실은 증명된다. 자신의 비지니스를 조용히 크게 성장시킨 그들의 삶은 복잡하지 않았다.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세일즈가 업인 나 역시 이 사실을 잊어선 안되겠다.
순혈 모임보다는 잡종 모임에서 배울 게 많다는 말도 정말 흥미롭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의 회사원끼리 모이게 되고 그게 인간관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만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보다는 현재 이야기들을 하며 즐겁고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책을 읽으며 자극 받으라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시대의 문맹은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기를 중단한 사람 혹은 공부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고수들은 개방적이고 선입관도 없어 이야기에 걸리는 게 없는 반면, 하수는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고 주제도 늘 비슷하다보니 고정관념이 강하고 주장도 굽히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얘기에 움찔하지 않으려면 정말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새로운 걸 배워야 겠다.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 로버트 슐러
이 책의 장점은 다른 자기 계발서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내용들이 종종 보인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이런 대목이다. "새로운 곳에 도전할 때는 기존의 것과 완벽히 단절하는 것이 좋다. 기존 회사 주변을 빙빙 도는 것, 옛날 사람들을 만나 추억을 더듬는 행위는 바람직 하지 않다. 힘들어도 이전에 내가 가진 것을 완벽히 비울 수 있어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사실 예전 직장 동료들을 종종 만나며 옛날 이야기도 하고 추억을 그리워 하기도 했었다. 역시 이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젠 만나지 않는다기 보단 지금 현재의 일에 좀 더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장에 대한 대목도 너무 좋다. 저자는, 출장은 가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출장 가기 전에 조사를 끝내고 현지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에 익숙해 지고 현재에 안주하는 상황이 오면 덜 준비하고 출장을 갈 때가 있다. 뭔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늘 가는거 한번쯤 이렇게 가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 많이 위험한 생각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몇가지 대목이 더 있다.
인정 중독 증세는 하수에게나 나타나는 병이다. 고수는 인정을 해주면 고마운거고 안해줘도 상관이 없다. 때가 되면 알 사람은 알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
고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여유가 있다. 결과를 깊이 분석할 여유는 갖지만 결과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경기하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다.
고수들은 절제한다. 누릴 수 있지만 누리지 않는 것이 절제다. 권력이 있지만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 먹을 수는 있지만 먹지 않는 것, 오라는 곳이 많지만 다 가지 않는 것, 할 말은 많지만 참는 것이 절제다.
좋은 일은 강한 인맥보다는 약한 인맥을 통해 일어나고 그 이유는 추천하는 사람도 추천받는 사람도 객관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란 논리다.
인맥은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저 알고 지내고, 지내다 보니 친해지고, 서로가 좋아서 만나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다. 고독은 하늘이 준 선물이다. 고독은 시련이 아닌 혜택이다. 고독은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거나 일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발전 시키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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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두고두고 꺼내봐야 할 교과서 같은 책이다.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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