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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상산책 (이체리), 그리고 나의 도쿄 여행

Read 2018. 11. 10. 07:27

미국 엘에이에 살면서 최근 10년 나는 어느새 일본을 세번 다녀왔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보다 더 많이 다녀온셈이다. 특히 저번 달 다녀온 10일간의 도쿄 여행은 철저히 나 혼자 였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호사를 누렸다. 


출발 전,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할 때 이번 여행은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 있었다. 

많이 걷기. 맛있는걸 먹지만 맛집은 피하기. 줄 서지 말기. 관광지는 취향에 따라서 선택. 대신 예쁘고 일본스런 동네에 가보기. 

이런것들을 생각하며 여행 서적을 찾고 있었는데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거기에 구글 플레이북으로도 구입할 수가 있어서 여행 내내 전화기로 확인하며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장소중 내가 좋았던 곳과 저자의 말을 비교하면 재미있을거 같다. 


1. 가구라자카 Kagurazaka


나는 내가 일본에 살게 된다면 이런 동네에 살고 싶다. 저자는 키치죠지에 살고 싶다고 말했는데 내 스타일은 이곳이었다.

Course 2에 효고요코초 라는 작은 골목길이 있다. 에도 시대에는 무기 저장소로, 다이쇼 시대에는 요정 밀집지역이었다는 이 곳은 아기자기하며 깔끔하고 또 우아한 가장 일본스러운 골목이었다. 나는 이 골목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2. 마루노우치 Marunouchi


첫 날 도쿄에 도착해서 나는 그 회색빛 풍경, 거대하고 오래된 건물들에 압도 되었다. 하필 칸다역에서 하루를 묵는 바람에 특히 그 우울하고 흐릿한 분위기와 맞닥트린거 같다. 아.. 도쿄에 와보니 정말 일본스러운게 뭔지 알겠다 하는 느낌이었다. 3년전 오사카 교토와 비교하니 도쿄는 정말 큰 도시였고 한국보다 앞섰던 그 옛날 일본의 고도 성장을 몸으로 느끼게해주는 압도적임이 있었다. 


이틀 후, 마루노우치에 갔을때 나는 또 한번 도쿄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루노우치 빌딩 숲을 지나 일왕이 산다는 고쿄 쪽으로 걸어와 소나무 가득한 공원을 마주하자니 내가 일본 여행에 온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빌딩 숲 쪽을 바라보니 그 차이와 조화에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지금보니 작가도 초현실이라는 말을 했다. 누군가 도쿄 여행을 간다면 마루노우치는 정말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저녁에 도착한 도쿄역 중앙우체국 JR 타워 전망대 가든. 쇼핑몰도 같이 있고 KITTE 라고 한다. 내가 이번 도쿄 여행중 가장 예뻤던 도쿄 야경을 뽑는 다면 이곳과 롯폰기 모리타워이다. 이곳은 높지가 않다. 대신 다른 높은 빌딩 사이 한가운데서 도시의 뷰를 감상할 수 있고 옆에 요란하게 다니는 열차를 보면 너무 도쿄 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또 유리가 없는 옥상 가든이기 때문에 건물들이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난 여기서 정말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3. 도요스 Toyosu


비만 오면 물이 찼다는, 강제 징용 조선인들의 동네인 에다가와를 지나, 스미다 강을 마주했다. 너무나 조용하고 묵묵해 보이는 강이었다. 봄에는 벚꽃놀이를 한다는데 기회가 되면 다시 와보고 싶다.  


4. 츠키지 Tsukiji


호텔이 긴자 근처에 있어서 츠키지를 아침마다 방문했다. 이른 아침 스시도 먹고, 북적거리는 시장 한 가운데서 덮밥을 먹기도 하고 장어 꼬치, 계란말이 꼬치를 먹기도 했다. 이제 생선 경매 시장은 도요스로 옮겨졌지만 생동감 있는 시장 분위기는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아침 7시에 스시잔마이에서 맥주를 한잔 하며 오토로 스시를 한점했을때의 느낌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것 같다. 


5. 나카메구로 Nakameguro


그냥 그 강변길을 걷는 것 만으로 좋았다. 주변의 예쁜 샵들은 덤으로. 


6. 덴엔초후 Denenchofu


저자의 말에 의하면 이 곳은 도쿄의 오래된 자존심. 마사코 왕세자비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이 동네는 지하철에서 나오는 순간 여느 동네와는 다른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일단 역 건물 자체가 만화처럼 예뻤고, 그래서 역이 보이는 바로 앞 커피숍에서 좀 쉬며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셨다. 저자의 지도를 보며 천천히 주택가를 걸으니 집 구경하는 것만으로 반나절이 기분 좋았다. 참고로 집 가격은 평균 100억원 이상 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에 나온 고양이 마을이자 도쿄의 쿄토 라는 야나카 Yanaka 와 서민적 동네 나카노 Nakano 도 가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안되는 바람에 두 곳은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곳 외에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최고의 도쿄 전경을 볼 수 있었던 롯폰기 모리 타워,  작지만 알찬 모리 미술관, 서민적 맛집과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닌교초, 늘 멋진 긴자, 만화 같은 풍경의 신주쿠 교엔, 재미난 주방 용품이 잔뜩 모여 있는 갓파바시 도구 거리, 호르몬 구이와 맥주 한잔이 기억에 남는 활기찬 우에노의 아메요코, 조금 벗어난 작은 에도 카와고에 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