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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이상건) - 나의 첫번째 책

Read 2019. 5. 10. 09:04

부자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2013년 즈음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미국에 살고 있었던 나는 한국 책 서점에 들러 기웃거리다 이 책을 발견했었다. 생각해보면 돈이라는 주제의 첫 번째 책으로 이 책을 읽게 된 건 행운이었다. 자극적인 제목의 수많은 재테크 책 중에서 이 책을 골랐으니 말이다. 

 

빨간 표지의 이 책을 10번도 넘게 읽었고, 몇 달전 파란색으로 새 단장한 개정판을 또 구입하게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책 안의 핵심 메세지들은 꽤나 격동적인 13년이 지났음에도 큰 변화가 없다. 

 

돈이 뭘까. 우리집은 유독 돈 욕심이 없는 집이었다. 월급쟁이 아버지와 알뜰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지만, 감사하게도 받고만 자랐고 제대로 돈 교육이라는 건 받아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내 첫 통장을 만들어서 관리하기 시작했고, 대학생 즈음에는 알바를 꽤 하다가, 미국에 와서는 학생 그리고 회사원. 벌고 다 쓰고. 어떻게 보면 이민을 와서인지 회사생활을 늦게 시작해 한국의 친구들보다 돈에는 늦게 눈떴을지도 모른다. 회사원 몇 년 차에 갑자기 돈에 관심이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말고는 나랑 돈 얘기할 사람도 없었고, 주변 사람들은 돈돈하면서도 딱히 투자를 한다거나 저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먹고살며 쓰기에 바빴다. 나도 그랬고. 그리고 1년쯤 되어 책을 20권 정도 읽었을 때, 사람을 만나면 아 이 사람은 돈에 유독 관심이 많구나 하는 새로운 시야가 생겼다, 신기했다. 

 

한국의 친구들과는 펀드 얘기가 많았다. 직장인이 되면 으레 해야만 하는 일처럼 다들 가입을 하고 있는거 같았다. 미국의 주변인들은 조금 관심이 있다 싶으면 주식을 한다고 했다. 뭐가 뭔지 모르니 일단 돈을 모았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었지만 부모님에 얹혀살기에 눈 딱 감고 아끼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인 건 내가 물욕이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쇼핑을 좋아했는데 미국에서 새로운 삶의 경험을 하다 보니 물건을 사는 건 필요한 것 외에는 의미가 없었다. 미국은 차가 있어야 하니 차 관련 비용을 최소로 하고 그 외에는 한 달에 30만 원도 안 쓰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 만나기를 피한다거나 밥을 허술하게 먹고 다닌 적은 없다. 처음엔 그냥 사치하지 않는다 정도로 살기 시작한 거 같다. 매일 발생하는 작은 비용들부터 아끼기 시작했다. 사소하지만 매 순간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돈이 모이기 시작했고, 돈 모으는 재미가 생기니 나는 점점 더 알뜰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부자가 아니다. 하지만 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천을 하기 시작한 뒤 작은 성과들이 생겼다. 작은 월급으로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했고 몇년간의 주식투자로 최근 꽤 큰 수익을 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는 일 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두 가지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성과 그 자체보다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내가 돈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별것도 없는 내 얘기를 이렇게 늘어놓은건 이 책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처음부터 이런 좋은 책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고, 이 책으로 인해 훌륭한 다음 책들과 이어질 수 있었다.

 

다른 책들의 리뷰처럼 좋은 구절을 아래에 다 쓰기보단 머리말의 몇구절만 써보도록 하겠다.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 명언들이다. 

 

"내가 가장 단순하고 중요한 물질적 풍요의 법칙을 알게 되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고 수많은 부침을 겪고 난 뒤였다. 가장 뛰어난 재정전략이란 그 사람의 수입 범위 내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벤자민 그레이엄

 

"큰돈은 운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언제일지 알 수 없다. 운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무전략' '학습전략' '분석능력'이 잘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운이 개입되는 세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번 것보다 덜 써야 하고, 자신을 학습 기계로 만들어야 하고, 자신의 잘 아는 영역에 집중하고, 그것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 - 이상건